그 시절에 그리던 '어른의 자신'과는 전혀 거리가 먼, 대실패한 삶을 걸어가는 20대 후반의 콩트 트리오 '맥베스'. 그들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 될 콩트가 시작된다.
왓챠에서 볼 수 있는 일본 드라마 <콩트가 시작된다 コントが始まる>.
하루토, 쥰페이, 슌타 세 명의 친구들이 개그트리오/콩트팀 ‘맥베스’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.
10년 동안 콩트를 하고도 인기가 없으면 해체하겠다 약속한 시기가 다가온다.
그리고 10년 차에야 막 생겨난 열성팬 나카하마(=리호코) 그리고 동생 츠무기. (이렇게 표기하는 이유는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다)
자신이 꿈꾸던 어른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게 된 이들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걸음을 준비한다.
이 드라마에서의 핵심이라고 하면 훗날 우연히 회수하게 되는 인생의 #복선 이 되는 순간들.
맥베스를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훑어가면서 꽤 많은 순간들이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빛을 낸다.
나도 그런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.
한 친구를 알기 전에 우연히 마주쳤던 옛 기억을 찾은 적도 있고 알고 있던 각각의 인연이 연결되는 때를 경험한 적도 있고.
신기하게도 어떤 전환점을 눈앞에 둔 지금, 그런 기억들을 찾게 되는 것이 신기하던 참이었다.
즐거움을 쫓던 것과 별개로 이제 다시 한 번 인생이라는 것을 끌어나가야하는 때.
그들과 비슷한 또래인 나 역시 무엇을 그리 열심히 쫓았던가, 무엇이 내 삶의 중심에 있었던가 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이다.
나카하마 자매인 츠무기와 리호코의 관계도 너무 좋았다.
자매 간에 틱틱대고 미워도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질 수 밖에 없는 그런 관계가 울컥울컥 했다.
자매로서, 동년배로서 그 모습이 그려져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.
엉엉 울게 만들었다기보다 매회 눈물이 차올랐다가 또 샥 가라앉았다가, 다시 차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게 만들던 드라마였다.
콩트 덕분인지 눈물이 나도 슬픔과는 거리가 멀었다.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와도 거리가 멀었던 이야기.
허무개그 같은 콩트들도 중독되는 맛이 있었다.
내 기준에 가장 좋았던 콩트는 #기적의물 #고양이 #옥상
그냥 장난처럼 콩트를 이어가는 것 같다가도 매회 끝에 콩트 마지막을 보면 매번 그 진심이 전해진다.
하긴, 장난이었다면 매번 공원에서 정해진 시간에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.
인생의 모든 것들이 훗날 결정적으로 회수될 필요는 없다.
그러나 무작정 흘려보낸 것 같은 날들도 앞으로의 시간을 위해 꽤 많은 준비를 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는 것.
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때가 있다.
오랜만에 가볍게 그러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 들지 않게 보았던 드라마다.
캐릭터가 전부 연기를 잘하기도 해서 더욱 몰입이 잘 되었다.
드라마가 이렇게 힘이 되다니..
올해가 가기 전에 이런 작품을 또 만나고 싶다.
'리뷰 > 보고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] 도시인처럼 (0) | 2022.10.30 |
---|---|
[넷플릭스 시리즈] 대시 & 릴리 Dash & Lily 후기 (0) | 2022.10.19 |